거장 영화제작자 빅토르 코사코프스키는 영화 <군다>를 통해 인간은 지구를 수십억의 다른 동물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관객들은 영화의 ‘타이틀롤’ 돼지 군다, 그리고 둘 씩 짝을 짓는 소, 그리고 외다리 닭을 보면서 생명이 가진 본래적 가치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가지고 있는 인식과 신비를 상기하게 되고, 인간 내면의 도덕적 우주를 교정하여 작동시킬 것이다.

카메라는 이 이름이 ‘군다’로 추정되는 돼지가 새끼를 낳아 기르는 모습을 가까운 거리에서 따라간다. 인간은 목소리로도 등장하지 않는다. 새끼돼지들은 뛰고 걷기 시작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느끼기도 한다. 여기에 주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보무당당한 외다리 닭, 초원을 가로지르는 소떼, 둘 씩 서로 조를 이루어 파리를 쫓는 소의 모습이 더해진다. 동물들이 호흡하고 움직이면서 내는 소리와 물이 흐르고 바람이 풀과 나무를 스치는 소리가 화면을 메운다. 농장 동물들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생명에 대한 감각을 이렇게 친밀하게 지켜 본 적이 있었던지를 영화를 따라가던 순간, 인간존재의 힘이 등장하고 앞에 보았던 것들이 다른 의미로 재배열되거나 혼란과 공허함에 던져진다. <군다>는 기후위기를 불편하면서도 장엄하게 환기시키는 인상적인 영화 <아쿠아렐라>(2018)를 연출했던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감독의 신작이며, 배우이자 동물권 운동가 호아킨 피닉스가 <애니멀 피플>(2019)에 이어 다시 제작자로 참여하였다. 폴 토마스 앤더슨,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찬사를 바쳤고, PETA는 2020년 최고의 다큐멘터리로 선정하였다. (황미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