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악덕한지 겨루는 기업 관리자들, 냥육권을 두고 다툼 중인 헤어진 동거 커플, 태어날 손주의 본적에 이견이 있는 부녀, 남성 혐오 논란에 빠진 회사를 구해야 하는 팀장과 사원, 블링블링 프러포즈 이벤트에 진심인 5년 차 커플, 서로 다른 새로운 마음을 알게 된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게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순을 티키타카 대화로 풍자하는 6편의 단편이다. 각 단편 당 한 신, 한 곳의 고정된 장소, 두 사람의 대화라는 공통된 조건과 “을이 병을 밀어낸다”는 주제가 주어졌고, 여섯명의 감독들이 각자 을이 각종 명분과 말잔치로 병의 권리를 침범하는 에피소드들을 담아냈다. 그 중 김소형 감독은 <하리보>에서 반려동물 돌봄의 문제를, 송현주 감독은 <손에 손잡고>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무심함을 담았다. 깔깔 웃게 되지만, 반려동물을 비롯해 내가 아닌 존재, 특히 비인간 존재들에 대해 내 멋대로 짐작하고 대상화하지 않았는지 나의 돌봄은 상호적이었는지,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를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내 편의와 기분에 취해 스스로의 행동에는 무심하지 않았는지 뜨끔해진다. 그리고 여성혐오로 인한 어처구니 없는 검열과 배체 문제를 담은 최하나 감독의 <진정성 실천편>에는 이 말잔치를 지켜보는 개가 나온다. <하리보>에서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개의 시선과 정면 얼굴은 관객의 시점이기도 하면서 관객 역시 스스로를 상대화해보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황미요조)